나의 MBTI 결과가 찜찜했던 이유

결혼 전의 나는 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했고,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N 성향인 엄마가 이론적인 말을 하면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근데 현실은 안 그런데? 해보지도 않았으면 어떻게 알아? 상황은 사람마다 다른걸.’ 직접 겪어봐야 안다는 주의였고, 눈앞의 현실을 먼저 보는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나였다. 꾸미지 않은, 원래의 나.

그런데 결혼을 하고, 이혼을 진행하면서 달라졌다.
처음 MBTI 검사를 제대로 받은 건 2020년이었다. 엠비티아이 코칭을 공부하시고 자격증을 따신분이 주변에 있었고, 그분께 부탁해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ISTJ.
특이한 건 점수였다. I와 E, S와 N, T와 F, J와 P — 모든 항목이 거의 50대 50에 가까웠다. 코칭해주시던 분도 말했다.
“이렇게 나오긴 했는데, 사실 되게 유연하고 잔잔한 사람이에요.”
그 말이 뭔가 마음에 걸렸다. 결과는 ISTJ인데, 결과를 설명하는 사람은 그 결과가 전부가 아니라고 하고 있었으니까.


친구들 반응도 묘했다. 아무도 “맞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들은 내가 INFJ인 줄 알고 있었다. 실제로 INFJ 친구들이 유독 많았고, 나도 그 분위기 안에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깊고, 조용하고, 신중한 사람처럼 보였던 것 같다.


ISTJ 설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 틀린 게 아니었다는 거다. 나는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다. 결정을 내릴 때, 상황을 판단할 때, 사람을 대할 때. 그 방식이 나였다.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근데 뭔가 찜찜했다.
왜 찜찜하지? 설명이 틀린 것도 아니고, 억울한 것도 아닌데.


그러다 알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긴 해. 근데 원하는 건 정반대야.
머리는 그렇게 굴러가고 있었다. 근데 마음은 계속 다른 걸 원하고 있었다. 조용히, 오랫동안.
그게 찜찜함의 정체였다.

이혼하고 3년쯤 지났을 때,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가 문득 말했다.
“야, 이제 내가 알던 너 같아.”
별거 아닌 것 같은 말인데, 그게 오래 남았다. 결혼 전부터 나를 알던 친구였다. 그 친구가 기억하는 나 — 그게 진짜였던 거다.
그때 다시 해본 검사 결과는 ISFP였다. ISTJ에서 ISFP로. 숫자로 따지면 두 칸 움직인 거지만,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그리고 2026년, 다시 검사를 했다.
이번엔 예전과 달랐다. 그동안 에니어그램도 해봤고(사촌언니가 내성격이 궁금하다고 해서 해봤다), 내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편한 사람이랑 있을 때 내가 어떤지, 불편한 사람이랑 있을 때 내가 어떤지도 알고 있었다. 심지어 부모님, 자매의 MBTI와 에니어그램까지 파악한 상태였다.


결과가 나왔다.


ISTJ,하지만 ESFP가 내재된 사람.
신기했다. 틀렸다는 게 아니라 — 아, 그게 거기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결혼 전의 나, 결혼생활과 이혼 중의 나, 이혼 후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 다 다른 것 같았는데 — 사실 다 나였다.
ISTJ는 내가 살아남기 위해 입었던 옷이었고, ESFP는 그 안에서 숨 참고 기다리던 진짜 나였던 거다.

다음엔 결혼생활에서 내가 왜 성격이 변했는지 고민해보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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