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서랍 속에는, 아니 정확히는 컴퓨터 폴더 속에는 미국 공인중개사(리얼터) 자격증이 하나 잠들어 있습니다.
몇 년 전 거의 1년을 매달려서 딴 자격증인데, 저는 지금 이 자격증으로 일하고 있지 않아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왜 지금은 일을 하지 않느냐면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저는 지금 이 자격증으로 리얼 에이전트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저희가 이사한 곳이 정말 작은 시골 동네거든요. 여기서 제대로 일을 배우려면 왕복 4시간 거리의 큰 도시까지 운전해서 다녀야 해요. 저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들 홈스쿨을 하고 있어요. 일과 가정, 이 둘 사이에서 저울질을 해야 했을 때 저는 가정을 선택했습니다.
후회는 없어요. 다만 그 힘들게 공부했던 시간과 자료들이 그냥 묻히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시작은 자신 없는 마음이었다
리얼터 공부를 시작한 건 형부의 권유 때문이었어요. 형부는 이미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었고, 저한테 계속 “너도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사실 자신이 없었어요. 주변에서는 제 성격을 보고 “리얼터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지만, 저는 정말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제안이 계속 여기저기서 들어왔어요. 그래서 “일단 해볼게요, 근데 이게 맞는 길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기도하면서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7번, 그리고 또 7번
공부 시작 두 달 만에 저는 첫 시험을 봤어요.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일단 시험 분위기와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고 싶었거든요.
결과는 낙방이었습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7번 넘게요. 사실 7번까지만 세고 그 뒤로는 저도 안 세어봤어요 (웃음).
형부가 해준 말이 그 시기에 큰 위로가 됐어요.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인 지인도 이 시험에서 세 번이나 떨어졌다는 얘기였어요. 시험에는 유형이 있으니, 계속 도전하면서 그 유형에 익숙해지면 된다고요. 덕분에 저는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사실 부동산 지식 자체가 아니었어요. 공부할 때는 글로 된 문제들을 열심히 익혔는데, 실제 알래스카 시험은 그렇게 나오지 않았어요. 질문이 마치 이야기(스토리)처럼 나오는 거예요. 어떤 상황을 쭉 설명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방식이었는데, 그때 저는 정말 멘붕이었습니다. 공부한 문제가 그대로 나오는 게 아니라, 같은 개념을 상황 속에 녹여서 물어보니까 아는 내용인데도 못 알아채고 틀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것저것 끌어모아 정리한 자료들
저는 알래스카에 살아요. 그런데 제가 공부하던 시기엔 알래스카에 맞는 최신 시험 준비 자료가 마땅치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주(캘리포니아 등)의 한국어로 된 수업도 듣고, 영어로 된 수업도 따로 들었습니다. 거기에 여러 출제 문제지들까지 구해서 풀었고요. 주마다 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큰 틀은 비슷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 자료들을 다 모아 알래스카 시험에 맞게 제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공부했습니다.
돈도 꽤 썼어요. 여러 유료 강의와 자료를 구입해서 들었고, 그 모든 걸 다 정리하려고 정말 애썼습니다.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으면
돌아보면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요. 아이들을 돌보면서, 낯선 언어의 장벽과 싸우면서, “이게 정말 내가 가야 할 길인가” 계속 되물으면서 공부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지금은 그 길로 가지 않기로 했지만, 그때 이것저것 끌어모아 정리한 한국어 수업 자료, 여러 출제 문제지, 영어 수업 정리본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어요. 이걸 그냥 묻어두기보다는, 미국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나눠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료를 정리해서 나눠드릴 계획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댓글이나 메일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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